서울은 깊다 저자 전우용 출판 돌베개 발매 2008.05.02. 우리말에 특이한 단어가 어디 한둘이겠는가마는 ‘놀다’라는 단어만큼 이상한 단어도 드물 듯하다. 사람들에게 노는 것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면 열이면 여덟, 아홉은 좋아한다고 한다. 요즘처럼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심각한 때에는 당장 ‘놀게’될까 두려워하는 이들도 많지만, 그래도 로또 대박을 맞아 평생 ‘놀고먹을’ 꿈을 꾸는 것만은 말릴 수 없다. 노는 것은 일단 좋은 것이다.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이 자신을 놀리면 기분이 나빠진다. 싸우고 들어온 아이들에게 왜 싸웠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‘짜식이 놀리잖아’라고 대답한다. 동서를 막론하고 고대 종교 의식의 보편적 구성요소는 살해, 혼음, 음주와 집단 가무 -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, 현대인의 가장 근원적인 성소는 나이트클럽이다 – 였다. 노는 것의 정수는 주색잡기가 아니겠는가. 고대인들은 동족이나 다른 종족을 희생으로 삼고, 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함으로써 신을 기쁘게 할 수