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저자 정혜윤 출판 푸른숲 발매 2008.07.07. 12월 1일에 떠난 대게잡이 배들이 울산항으로 돌아오는 이 계절, 얼어 죽어도 옷은 얇게 입는 나는 덜덜 떨면서 침대로 뛰어 들었다. 그러다가 침대 옆 의자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얼룩진 빨간 원피스의 눈으로 나를 보자니 이 시가 떠올랐다.

술을 가져오라 옷이 얼룩이 지게 하리라 사랑에 취하여 비틀거리다 보면 그런데 사람들은 나를 현자라 한다 - 하피즈 빨간 원피스 입장에서도 억울할 게 없는 이 시를 내가 처음 안 것은 앙드레 지드의 <지상의 양식>에서였다. 오래전에 읽었던 <지상의 양식>이 지난 한 달 동안 갑자기 세 번이나 생각났다.

한 번은 어여쁘긴 하지만 이 사이에 고춧가루가 낀 채 나타난, 방심한 죄밖에 없는 미녀랑 키스하기 힘들었다고 떠벌리는 선배에게 한 방 날려주고 싶었을 때. ‘입맞추기 위해서 나는 입가에 남은 포도송이의 얼룩들을 씻지 않았다.

입을 맞추고 나서 나는 입술을 식힐 사이...